제자들이 주님께 말합니다.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루카 17, 5-6)
*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 제자들의 이 말은 아주 겸손한 말처럼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자기들에게 이미 믿음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일까, 예수님께서는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 있다면’ 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과하지 않은 믿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일 수 있는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제자들의 믿음은 어쩌면 ‘그분’이 무엇인가 그럴듯한 일을 해주실 것 같고, 그분과 함께 있다면 뭔가 그럴듯한 자리 하나쯤 얻을 수 있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죽음을 향한 십자가의 길을 가셨을 때부터 제자들의 믿음이 흔들렸던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더 나아가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에 대해서도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믿음은 인간이성을 통한 합리적인 것에 대한 지적 동의가 아닙니다. 믿음은 이서을 통한 합리적인 것에 대한 동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비이성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초이성적인 것에 대한 전적인 투신입니다. 이것을 역설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역설적인 믿음이 아니고 현세적인 것에 믿음을 둘 때, 항상 ‘더 많은’ 어떤 것을 요구하게 된다. 더 많은 먹을 것,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권력, 더 빠르게, 더 높게 등. 하느님을 마치 물건 취급하듯이 대하면서... 주님께서는 더 많은 탐욕스런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으로 채워진 ‘겨자씨 만한’ 작고 가난한 믿음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