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말씀을 하시자마자아브라함이 즉시 이삭과 함께 모리야산으로 갔다고 생각하지 말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그 말씀을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했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시간은 타협하는 시간이었고, 저울질하는 시간이었고, 암흑에서 어둠에서 지내는 시간이었고, 인간적으로 합리화하는 시간이었고, 하느님께 애걸하는 시간이었고, 인간적으롤 타협하는 시간이었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시간이었고, 기도의 응답에 대해 상상하는 시간이었고, 철저하게 죽기로 결심한 시간이었으며, 죽음에 항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브라함의 두려움과 공포는 자신이 이삭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하지만, 윤리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이었고, 인간적으로도 용납할 수 있는 말씀도 아니었다. 그 말씀을 거부하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지 않을 것이며, 거부하는 것이 자기자신에게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느님의말씀을 믿고 집을 떠났던 자신이었고, 하느님의 말씀을 믿으며 약속의아들을 기다렸던 믿음은 환상이었고, 말에 불과했던 것이었단 말인가? 하느님께서 이삭을 봉헌하라고 말씀하셨지만, 그것을 따를지 아닐지는 자신이 결정해야만 하는 바로 그것 때문에 아브라함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하느님 부재의 시간이었다.
결단을 내리고 나귀에 장작을 실으라하인에게 말하고, 이삭과 함께 집을 나서 길을 갈 때에도 아브라함의 내적 투쟁은 계속되었다. 언제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리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브라함이 믿을 수 없는 하느님을 믿었다는 것 뿐이다. 자기가 이삭을 죽이지만 이삭을 죽이지 않고 살려내리라는 믿음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