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나무로 잘 만들어진 널따란 데크가 있습니다. 2-30십 명이 연주를 하고 춤을 춰도 충분할 공간입니다. 10여 년 전에 만들었고 얼마 전에 보수공사를 말끔히 했습니다. 데크를 만든 목적은 가을밤에 야외 음악회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첫 가을밤 음악회는 모든 것이 어설펐습니다. 무대 설치와 조명과 음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출연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당시 이곳에 살고 있었던 수도자들과 젊은 신학생들이었습니다. 음악회를 이끌어가는 진행자의 수준도 공동체에서 오락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보잘 것 없었지만 가을밤 두 시간동안 노래와 악기 연주와 춤과 시낭송으로 신나고 멋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순절 첫날인 오늘, 저녁 식사 후 산책하다 그 데크에 걸터 앉았습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아주 깨끗했지만, 텅비어 있었습니다. 데크 한 가운데 벌러덩 누웠습니다. 하늘과 구름이 보이고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모를 것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별이 움직이고 달이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가까이 있는 공항에 착륙하녀는 비행기도 보였습니다. 가까운 도로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침묵에 순화된 듯 귀에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봄밤의 하늘아래 데크에 누워 10여 전의 가을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 났습니다. 요란한 노랬소리와 음악, 사람들이 박수치고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데크에서 일어났습니다. 유튜브를 켰습니다. 댄스음악, 볼륨 업!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 지지 않았습니다. 템포 빠른 댄스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음악에 맟추어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의지적으로 억지로 몸을 움직여보았습니다. 막대기처럼 뻣뻣했던 몸이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제법 많은 노래를 들으며 몸을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였습니다. 가끔은 음악에 맞추어서.... 쌩쑈.
등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봄바람이 따뜻하고 시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