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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이 쓰신 <눈물 한 방울>에서는 죽음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검은 눈동자만 있고 얼굴이 없는 것, 산 전체를 태워저리는 산불, 가을이 되고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위에서 영글어 가는 과일, 아무 소리 내지 않고 그냥왔다 그냥 가는 눈송이, 한밤에 눈을 뜨고 팔뚝 씨름하는 상대, 동물원의 울타리를 부수고 나온 사자...
이렇게 많이 동원된 단어와 단어 사이에 아무런 관련성이 없고 제 각각인 것은 죽음을 표현할 적합한 말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하느님을 표현할 적합한 말이 없어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고, 양립할 수 없는 단어를 버젓이 조합하고, 말을 버버거리는 애기처럼 유치한 표현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하느님이 신비의 베일에 가리워져 있는 것처럼 죽음도 어둠속에 가리워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