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지나고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연휴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고, 명절에 대한 설렘이 없어진지는 오래되어 아스라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받아놓은 숙제였다. 어떻게 어떻게 초고를 썼고 약간의 수정을 한 다음 밀어놓고 있다. 남은 연휴동안 나처럼 명절이 되면 오갈데 없는 사람들과 함께 지냈다. 조카(질녀)와 손녀와 증손자도 이곳을 방문했다. 의지할 사람없는 상태에서 거친 세상을 잘 견뎌준 아이들이 대견하고 안쓰럽다. 힘듦이 힘듦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피로 맺어진 사람의 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서울이 고향이어서 고향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마저도 서울에 정이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떠날 용기가 없고, 다른 도시에서 먹고 살 일이 두려워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외로운 사람과 몇 시간을 보냈다. 아주 오래 전, 외국에 잠깐 머물 때, 성탄절과 부활절과 그들이 신나게 지내는 축일에 외로움이 더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매일 하느님의 집에서 살고 있고, 하느님을 찾고 그분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수도원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 때문에 자기가 혼자임을 살과 뼈속 깊이 느껴야 하는 수도자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몇 십 년 전에 수도생활로 떠밀어 넣었던 사람의 일상의 기쁨과 보람과 의미를 모두 사라져 버리게 하는 외로움을 잠깐이라도 나눌 수 있었다. 명절 연휴에 이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명절에 대한 설렘을 오래 전에 접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 세상에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주어야 할 일을 하고, 기뻐할 때는 기뻐하고, 힘들 때는 힘들어 하고,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면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