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녀의 모든 삶을 거대한 녹음기에 기록하고 싶다는 환상을 품었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존재, 자유에 대해 그토록 많은 사유를 한 여자가 너무나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니. 한 인생의 모든 행위와 말들을 녹음하고 영상으로 담는 것은 분명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밝힐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한 인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가 받았던 온갖 종류의 영향과 읽은 책들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도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남게 마련이다. (<탐닉>, 아니 에르노/조용희,문학동네, 2004, 325)
☞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Vi sono ancora molte cose compiute da Gesu', che, se fossero scritte una per una, penso che il mondo stesso non basterebbe a contere i libri che si dovrebbero scrivere" (요한 21,25)
한 사람의 삶. 그가 이루어낸 것, 이루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것, 체험한 것, 생각한 것, 상상한 것, 의심했던 것, 근심하고 걱정했던 것, 사랑하고 미워했던 것, 절망하고 희망했던 것... 등.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