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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색 중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쓴다. 이들은 로마나 개신교 혈통의 전통주의 신앙과는 담쌓고 지낸다. 그러나 자신의 불신앙에, 또는 의심하는 신앙에 만족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싸구려 '웰빙 영성'이나 '즉석 인생 대책'을 바라지도 않는다. 또한 나는 신앙생활을 하는,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이 책을 쓴다. 이들은 그냥 '믿는' 것을 넘어 '알고'싶어 하며, 그래서 철학적.신학적.주석학적.역사학적으로 근거 튼실하고 실천적 결과를 낳는 신앙관을 고대하고 있다.... 내가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일은, 평지에서의 힘겨울 것 없는 신학적 산책 겸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의 소풍이 아니다. 은유나 구체적 비유를 사용하자면, 오히려 긴장 가득한 영적 산악 여행이다. 등산가의 더딘 발걸음으로 끈기 있게 산 위로 오르고 날쌔고 아슬아슬하게 험로를 통과하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장에서 쉴 짬은 없는, 그래도 정상에서 눈짓하는 목표점을 언제나 명확히 눈에서 놓치지 않는 여정이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 한스 큉/이종한, 분도출판사, 2022, 11-16)
☞ 믿는다. 누구를 믿는가. 무엇을 믿는가. 무엇에 근거해서 믿는가. 믿는다라고 할 때 나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믿게 되면 의심은 사라지는가. 누군가/어떤 것인가를 믿게 되면 내가 어떻게 변화되는가. 믿음을 전달해 줄 수 있는가. 나는 믿음의 대상에 종속되는가. 나와 믿음의 대상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 믿음은 언제 시작되는가. 믿음의 결과는 무엇인가.
믿음에 수반된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있다. 그 질문들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답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답을 할 수 없으니, '그냥 믿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응답하려고 해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믿음'에 도전하는 것들이 많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인간의 능력이 증대되고, 발달된 과학과 기술이 우리 생활속으로 깊게 파고들면서 단순한 믿음과 '어린애'의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교의 믿음은 1주일에 한 번 예배당에 나가고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위축되고 있다. 그것도 의무감과 습관화된 것일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스 큉은 한 지성인이요 신학자로서 성실하게 자기 믿음에 대한 고백을 하고 있다. 이 책을읽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믿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인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