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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을 시작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빨리 편지해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성모성월의 마지막 날에야 편지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저의 어머니는 제가 수도원에 들어간 뒤 사 년 째 되던 해, 그러니까 제가 수련을 받던 해에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세례를 받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저는 어머니와 함께 법주사에 놀러 갔습니다. 저희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부처님 앞에 서게 되었다. 그 때 어머니께서는 그 부처님 앞에서 성호경을 긋고 두 손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어 쳐다보고 있는 저를 아랑곳하지 않는 너무나 진지한 모습의 어머니를 보며 저는 조용히 옆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호경을 그으며 기도를 마친 어머니에게 제가 “뭐하셨어요?”라고 묻자 어머니께서는 약간 멋쩍어 하시며 “기도했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기도하셨어요?”라고 제가 다시 묻자 어머니께서는 “네가 착한 신부되라고 기도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수도자’가 되는 것, 이것은 제가 삼십 여 년 전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하던 때 드린 기도였습니다. 물론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저는 ‘좋은 수도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리라 믿고 날마다 같은 지향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와 함께 저의 어머니께서도 날마다 기도하고 계시며,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교구 성모의 밤”을 하기 때문에 저희 본당에서는 5월 초에 성모의 밤을 했습니다. 시골 본당이기는 하지만 저희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여 기도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교구 성모의 밤은 ‘삼뫼소 야외 성당’(이시돌 목장안에 있음)에서 했는데 보름달을 보며 삼 천 여명이 호수 주변을 돌면서 하는 촛불 기도가 정말 아름다웠던 밤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본당이나 공소에서 성모님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밤을 가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혹 신자가 아닌 분들도 5 월의 신록과 함께 심신을 새롭게 하는 아름다운 기회가 많이 있었으리라 생각하고요.
여러분들에 관한 소식은 사비나 자매를 통해 듣고 있으며,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그런 아픔과 고통에 매순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저와 저희 본당 신자들의 기도 중에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항구한 기도와 노력, 성모님의 기도를 통해 여러분 모두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찬미 드리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표선 본당을 위한 여러분들의 관심과 값진 선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여러분 각 개인에게 그리고 여러분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성모성월의 마지막 날에 표선 본당에서,
방 교원 사비오 신부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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