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련의 때가 오면
2006년 8월 27일
새로운 마음과 결심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금방 그 일을 그만두는 경우에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시작은 멋지고 화려했지만 마무리가 흐지부지한 것을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좋은 결실을 맺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어려움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하며, 이런 정확한 현실인식은 우리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기초가 된다. 1 주일 정도의 도보순례를 하다보면 자기 몸의 어디가 가장 약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큰 어려움 없이 신나게 걸을 수 있다. 셋째 날부터 자기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거나 무릎과 발목에서 통증이 시작되고 허리에 힘을 쓸 수가 없으며 어깨와 목이 무거워진다. 이런 고통이 도보순례 끝날 때까지 계속되면서 괴롭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고통이 시작된 순서대로 서서히 없어지기 마련이다.
독수리가 자기 새끼를 교육하는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독수리는 절벽에 가시로 된 둥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까서 어렸을 때부터 거친 환경에서 자라게 한다. 어느 정도 날아 다닐 수 있을 때 어미는 새끼를 등에 태우고 하늘 높이 치솟아서 새끼를 그대로 떨어뜨린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새끼가 땅에 부딪힐 때 쯤 어미는 새끼를 낙아채 다시 하늘로 올라가 떨어뜨리고... 독수리가 새끼를 단련시키듯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단련시키시며, 당신의 날개에 태워 우리가 광야를 건널 수 있게 하신다.
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들을 단순한 어려움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를 단련하기 위한 하느님의 도구였음을 믿고 헤쳐 나갈 때 시작한 일들이 작심삼일로 되어 버리고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게 된다. 이런 믿음으로부터 ‘시련의 불길이 여러분 가운데에 일어나더라도 무슨 이상한 일이나 생긴 것처럼 놀라지 말고 그것을 기쁨으로 생각하라’(1베드로 4, 12: 야고 1, 2)라는 주님의 말씀을 깨닫게 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시련, 성장과 성숙의 과정에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원고글 > 바 롯'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인들에게 (0) 2009.10.15 아빠 개구리의 배 (0) 2009.10.15 속이 썩어 고목(古木)이 되듯 (0) 2009.10.13 소화 데레사 할머니 (0) 2009.10.13 성탄 예술제를 위한 기도문 (0) 2009.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