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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존재말 씀/생명의 말씀 2022. 2. 26. 17:24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이사 42,1) 제2 이사야서(40-55장)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종'은 누구를 말하는가? 이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첫째 의견은 주님의 종인 이스라엘 민족을 말한다는 의견입니다. 선택된 이 민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의 하느님을 섬겼듯이, 바빌론에서 이스라엘로 되돌아가 예루살렘 성전을 복구하여 다시 하느님을 섬기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선별된 사람들, 남은 자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이 전체 이스라엘 민족을 되살려 낼 뿐 아니라 모든 민족들에게 빛을 가져다 줄 사람들을 말합니다. 셋째는 (제2)이사야 자신을 말한다는 의견입니다. 바빌론으로 끌려온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보지 못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에게 모욕을 주고 박해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하느님을 충실하게 섬기면서 오히려 이들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의견입니다. 넷째는 주님의 종인 페르시야 왕 키루스를 가리킨다는 의견입니다. 키루스는 주님의 종인 이스라엘을 위한 종으로서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성전을 복구시키고, 사람들을 하느님의 빛으로 비추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하느님의 계약에로 다시 불러모은다는 관점입니다.
'야훼의 종'이 누구를 지칭하든, 그는 모든 나라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서 살았는지 앞으로 그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는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특히 버림받고 짓밟히고 학대받고 억압받고 갇혀있고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희생과 고통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희생과 고통과 죽음을 값지게 하고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것은, 이들 자신도 아니고 권력자들도 아닙니다. 인간의 역사안으로 들어오신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들어 가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역사의 하느님이라 부르는 것은 세상의 창조와 종말 사이의 시간과 공간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그분의 손길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광대무변한 우주의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기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불꽃과 다를바 없는 사람들이 감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과거 2-3천 년 전의 인간의 역사가 까막득하게 여겨지는데, 몇 십만년과 몇 억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역사안에서 활동했던 야훼의 종과 함께, 영원을 행해 나가도록 불림받은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