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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이름으로말 씀/생명의 말씀 2022. 2. 19. 22:49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게 전쟁이다. 건물을 파괴해도 되고, 지금까지의 윤리 도덕과 관습을 무시해도 되고, 수십년 혹은 수백년 쌓아올린 문화유산을 망가뜨려도 되고, 거짓말을 해도 되고, 사기를 쳐도 되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쳐도 되고, 죄를 짓고 나서 태연하게 살아도 되고, 그것이 어떤 것이든 생명을 유린해도 되고, 사람을 죽여도 되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들도 모두 용인된다.
그런데 이런 전쟁을 하면서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던 사람이 있다. 다윗이다.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과 전쟁을 하면서,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포기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사울이 하느님으로부터 기름부음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울의 불의를 보고 계시는 주님께서 당신의 방법으로 그분을 치신다는 믿음이었다.... 전쟁을 통해 드러난 폭력에 하느님의 이름으로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일상생활속에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요인들이 얼마든지 있다. 복음에 나와 있는 대로, 원한이 맺힌 사람, 미워하는 사람, 저주하는 사람, 학대하는 사람, 뺨을 때리는 사람, 옷을 빼앗아 가는 사람, 심판해야 할 사람이 있고, 단죄해야 할 사람이 주변에 널려 있거나, 최소한 어떤 경우에 맞딱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제1독서는 이런 경우에 하느님의 이름으로 제동을 걸라고 하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폭력에 제동을 거는 그 순간, 우리는 하늘에 속한 사람이 되고, 우리가 세례 때 받은 영의 흐름에 의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고, 심판받아야 할 사람을 심판하지 않고, 단죄해야 할 사람을 용서하고, 가진 것을 주고 하는 것 등은, 자기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에 살아 계시는 생명의 영이 하는 일이다. 신앙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고 찾는 것이며, 신앙생활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영의 인도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자신을 비우는 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