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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 의지하지 않고도 믿음은 이성과 모순되지 않으며 언제나 이성적일 수 있다. 믿음은 이성을 파괴하지 않으며 완성시킨다. 그런데도 이 둘 사이에는 언제나 세심한 조화가 필요하다. 맹신과 무신론, 미신과 합리주의 같은 극단은 피해야 한다. 이들의 조화가 깨지거나, 믿음을 길잡이로 삼아야 할 때 자신의 오감과 이성에 지나치게 의지하면 사람은 환영속에 빠진다. 이성을 무시하고 오류에 빠지기 쉬운 권위에 믿음을 맡겨도 환영속에 빠진다. 사실 이성은 믿음에 이르는 길이며 믿음은 이성이 더는 말할 것이 없을 때 주도권을 쥐게 된다. (<진리의 산길>, 토마스 머튼/서한규, 바오로딸, 2009, 49)
☞ 이성으로 이해된 믿음은 깊고 강하고 견고하다.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상의 삶과 신앙의 어둔 신비를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믿음이 있어 삶은 든든하다. 믿음과 이성을 기반으로 하여 생활할 때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며 그 어떤 무신론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깊게 생각한 신앙과 신비에 대한 깊고 단순한 신심이 조화를 이룬 신앙안에서 인간은 참된 행복과 진리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