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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된 세상은 감각을 통해서만 지각되고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느님은 감각과 이성의 손길이 미치는 범위 너머에 계시기에, 그리고 죄라는 장애물은 우리가 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을 마치 그것이 궁극적 목적인 듯 추구한다. 창조된 세상이 탐욕이라는 거짓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때 그것은 환영이 된다. (<진리의 산길>, 토마스 머튼/서한규, 바오로딸, 46)
☞ 탐욕스러움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다. 욕망을 날것으로 드러내도 괜찮고 욕망의 충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용납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권력을 가진 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고 있었다. 매일 한끼 벌어먹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더 초라하게 여겨지는 때다. 아무리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이라하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 해도해도 너무한 사람들이다.
수도생활 시작한지 10년만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고, 신앙과 영적인 것에 대해 쉽고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깊은 성찰의 결과다. 이런 멋진 말과 글들이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무엇때문에 이런 말과 글들을 써야 할까. 토마스 머튼이 말하고 있는 세상과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전혀 다른 세상처럼 여겨진다. 머튼처럼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력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