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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 버림, 포기, 비움, 가난... 등에 대해서 어쩌다 말만했을 뿐,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말이고 멋지고 그듯한 말이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여겼겼던 것 같다. 그보다 가짐, 메꿈, 채움, 추구함, 찾음, 조금더... 등에 큰 비중을 두며 살았다. 이렇게 가지려고 했던 것이 대단한 것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자신이 하려고 한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서 토마스 머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열여섯 살 이후 유럽 전 지역을 여행하면서 대부분 혼자 걸어 다니면서 지리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익혔다. 상환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길렀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요령을 터득했다. 이처럼 독립적이고 스스로 자만하며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제는 장점이 아니라 커다란 약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나는 본능적으로 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쉬지 않고 노력했다."(1941년 11월 28일 일기 중에서)
성인이 되어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신앙의 위기에서 하느님께 의착하려는 것보다,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의 마음과 생활 깊숙한 곳에는 항상 '자기'가 있어 모든 것을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관과 주체성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하지만,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그분께서 모든 일을 인도하심이라는 섭리에 대한 감각은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고 그분께 자신을 던져넣기 위해서 비움, 떠남, 포기 등의 말과 친숙해져야 하고 이 말을 삶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