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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낙원(리조트.행락지)의 주요 특징이다.
1. 아무도 혼자 있는 법이 없다.
2. 아무도 자기 힘으로 뭘 하는 법이 없다.
3. 어떤 종류의 야생 초목이나 자연경관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4. 빛과 온도는 항상 인공적으로 조절된다.
5. 아무도 음악소리를 벗어날 수 없다.
현대의 가장 전형적인 리조트가 무의식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자궁으로의 회귀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혼자였던 적이 없고, 햇빛을 본 적도 없고, 온도는 언제나 조절되었으며, 일이나 음식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고, 생각을 했다 해도 규칙적으로 계속 울리는 고동에 묻혀버렸던 것이다... 행락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 중 상당수는 의식을 파괴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인간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면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이 단순히 일을 하지 않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등 아래서 녹음된 음악만 듣고 사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에겐 온기가, 사회가, 여유가, 안락이, 안전이 필요하다. 또 고독도, 창조적인 작업도, 경이감도 필요하다. 그런 걸 알게 되면 인간은, 언제나 어떤 것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지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의 기준을 적용하여 과학과 산업화의 산물을 선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고의 행복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포커를 하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한꺼번에 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에세이> "행락지", 조지 오웰/이한중, 한겨레출판, 2011, 244-247)
☞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을 찾아가면서 그 주변 지하도시를 돌아다닌 적이 있다. '강남'이 한국의 서울의 한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같지가 않았다. 사람들에 치이면서 걸어야 하는 때가 많았고, 낮인지 밤인지 구별도 할 수 없는 별의별 가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같지가 않았다. 그곳을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알고 있었던 '지상'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여지지가 않았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이 수족관의 물고기들이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고 유연하고 매끄럽게 헤엄쳐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지상의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왜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마도 그곳이 자연과 철저하게 유리되어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화려하고 휘황찬란할 뿐 자연의 밝음은 아니었고,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지만 다른 음악과 사람들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고 있지 않았다. 조지 오웰이 '행락지'에 관한 글을 쓴 때가 1946년인데, 그때 벌써 사람들은 앞으로 '현실'이 아니라 '행락지'에서 사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리라 예견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