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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8. 24. 20:33
손. 손처럼 많은 일들을 기억을 하고 있는 지체도 없을 것입니다. 손으로 만들어낸 물건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엄마들이 손으로 해낸 것을 나열하자면 몇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아빠들이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손으로 했던 일도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았고 키워냈습니다. 손이 없었다면 그 많고 많은 일을 어떻게 했겠습니까? 손을 통해서 우리가 느끼고 체험했던 내적인 것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 불에 데었던 아픈 기억과 손을 호호불면서 견뎌냈던 겨울 추위, 아가들의 보송보송하고 조금만 세게 만져도 부서져버릴 것 같은 손과 물기없이 따뜻한 할머니의 손, 맞대고 있는 손가락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연인들의 손가락 장난.
손과 관련된 이야기는 성경에도 아주 많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빚으실 때의 손과, 모세가 홍해 바다를 향야 힘차게 뻗었던 손. 아이들을 축복해 주셨던 예수님의 손과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주었던 마리아 막달레나의 손과, 못박힘을 당했던 십자가 위의 주님의 손 등. 수없이 많은 손들이 있습니다. 이런 손이 있어 사람들을 하느님 창조의 협력자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손을 '반 창조적인' 데에도 많이 사용합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시고, 하느님께서 원하고 계셨던 대로 사용하고 있는 않은 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손가락 지적, 굳고 단단하게 쥐고 있는 칼과 창,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 이런 손에 대해 기억한다는 것 자체로 우리의 몸이 경직되고, 마음이 굳어지고 산란해 집니다.
이렇게 될 때마다 사람들은 두 손을 모읍니다. 가슴을치고, 마음이 가라앉도록 하기 위해 가슴을 두 손으로 누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때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손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하여 새로이 하느님의 손으로 되돌아 가고,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본래의 손으로 되돌아가고, 그 손으로 보이지 않은 영혼을 드러냅니다. 손은 영혼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이 나오는 통로인 것입니다. 로마노 과르디니가 손을 영혼이 드러나는 도구라 말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손으로 밤 늦게 이렇게 뭔가를 쓰고 있고요. 손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가 더욱더 빛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