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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8. 26. 21:10
자연스럽다. 물 흐르듯이 일이 되어간다. 어떤 일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계획하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잘 되어가고, 자기를 도와주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도움이들이 나타난다. 자연스럽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긴장이나 갈등이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이 된다. 약간의 긴장이 오히려 다음 만남을 고대하게 해준다. 자연스럽다.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듯 거침이 없다는 의미다. 말을 할 때에도 거침이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상대방을 낮게 보고나 비아냥 거리지 않아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멋진 자연스러운 삶은 '자연'의 원리와 이치를 그대로 실천한 것 뿐이다. 우선 먼저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다. 자연에서 모든 것을 품고 받아들이는 강과 바다와 흙은 모두 낮은 곳에 있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쉽게 밟히고 홀대받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낮음으로 다른 것에 생명과 활기를 준다. 자기를 스스로 낮추기가 쉽지 않지만, 낮춘다 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낮추임이라고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 의해 자기가 낮아질 때야 말로 참된 의미의 낮춤을 살고 있는 것이다. 타인에 의해 자기를 낮춤이 힘들어 실행하기 어렵다고 하면, 다른 사람에 의해 불편을 겪을 때라고 수위를 낮추어도 된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 나와 자주 부딪히는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자기를 낮춤을 배운다면 이것 또한 자연을 닮아가는, 자연스런 삶이리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자연스런 모습은 순응함이다. 자연은 어느 한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항상 변화한다. 계절의 오고감이 그러하고, 달이 지고 차는 모습이 그러하며, 해가 뜨고 짐, 꽃이 피고 지는 것 모두가 변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순순히 따른다. 태어남과 사라짐 마저도 그러하다. 태어나야 할 때 태어났을 뿐이고, 사라져야 할 때가 되어서 그냥 사라질 뿐이다. 이런 자연의 순응과 변화에 대한 적응은 자신의 뜻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교회의 영성가들은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맡겨 순응하고 순명하는 삶을 영성생활의 정점으로 생각하곤 했다. 파도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순간순간 변하고 요동치는 내외적 변화에 자연이 보여주는 순응하는 모습을 흉내라도 내보려고 하는 것, 자연스런 삶이다.
자연스런 모습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공존과 상생으로 드러난다. 이것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산과 숲이다. 여름산의 얽히고설킨 칡덩쿨을 볼때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하는 것으로만 모아서는 안된다. 칡덩쿨이 고사시킨 나무등걸 주변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공존과 상생은 짦은 안목으로는 볼 수 없다. 길고 멀리보는 눈을 가질 때 제대로 보여진다. 나의 존재가 너의 존재에 기반을 두고 있고, 너라는존재 또한 나없이 있을 수 없다는 공존과 상생은 다르게 표현된 자비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홀로 태어났고 홀로 살다 홀로 되돌아 가는 삶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우리 삶이 얼마나 삭막하고 쓸쓸할 것인가. 이런 상태에서 나와 너가, 나와 그것과 공존하고 상생하려는 감각을 회복한다면, 이것이야 말고 진정 자연스런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