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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주는 인연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7. 22. 22:22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삽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몸처럼 가까운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밉고 싫어도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떼어낼 수 없는 피로 맺어진 관계도 있습니다. 인연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 맺어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맺어진 관계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이러저런 이유를 대지만, 궁색할 때가 많습니다. 맺어진 관계는 언젠가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속박으로부터 해방되고 해방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슬픔과 괴로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아플 때 마음이 쓰입니다. 그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람일 때, 자기 혈육일 때 마음이 괴롭습니다. 고통받는다는 말입니다. 신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마음이 아픕니다. 고통은 전염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전염되는 속도가 아주 빠르고, 전염의 강도 또한 높고 깊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마음을 가져와라고 그러면 마음 아픈 것을 고쳐주겠다고. 항상 말하는 대로 사람은 몸따로 정신따로 마음따로가 아닙니다. 사람에 대해 말하기 위해 그렇게 구분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의 본래 모습은 여러가지 다양한 요소가 서로 얽혀져 있습니다. 시간 또한 아주 먼 과거와 미래가 함께 들어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사람의 실체가 아리까리 해 집니다. 구체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말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고통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고통받는 인간. 인간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고통 자체로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면 고통의 의미를 알아차렸을 때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걸까요. 세계의 종교들에서 다루고 있는 인간의 근본 문제가 고통입니다.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고통으로부터 비껴 서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극심한 고통속에 있을 때, 그 고통과 싸우면서 자기 힘을 모조리 사용해야 합니다.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의미를 찾는 것은 그때 사치스런 일일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때문에 고통을 두려워하면서도 고통의 실체를 알고 싶어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