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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중적 지식인입니다. 지식인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그 말이 여전히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 지식인이라는 말이 어떤 사람의 직업이나 사회 계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창조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식인이랍니다. 어떤 농부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새로운 접목 기술로 새로운 종류의 사과를 생산해 낸다면 그 순간 지적인 행위를 생산하는 것이지요. 반면에 하이데거에 대한 똑같은 수업만 평생 되풀이하는 사람은 딱히 지식인이라고 하기 어렵지요. 비판적인 창조성만이 지식인 역할의 유일한 징표입니다. ... 지식인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관해서만 진실로 유용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당신이 극장에 있는데 불이 났다면 시인은 의자 위로 올라가서 시를 암송하면 안됩니다. 지식인의 기능은 미리 어떤 일을 얘기해주는 것입니다. 즉, 극장이 오래되고 낡았다면 그 사실에 관심을 이울이는 것이지요. 시인의 말은 예언적인 호소문의 기능을 갖습니다. 지식인의 기능은 '우리가 이 일을 당장 해야 합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 일을 당연히 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현대 당면한 일을ㄹ 하는 것이 정치가의 일이지요... "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 <작가란 무엇인가 1>, 52-53)
☞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 과거와 현재의 가장 앞 부분에서 미래와 마주 서 있는 사람. 여러가지 단편적인 정보를 조합하고 편집하고 재배열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 세상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에 깊숙히 들어가 있는 사람. 사람들을 계도할 뿐 아니라 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할 사람. 사람들은 계도하고 사람들에게 예언을 할 수 있는 사람.... 이런 면을 갖고 있을 때 참된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친 것처럼 보이는가? 지나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사람이 없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사이비 지식인이 판을 치게 된다. 지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지식을 권위와 권력의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 지식을 유용성으로만 생각하여, 사람을 현세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붙잡아 두는 사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넓고 넓은 지식의 바다에서 하나의 물거품임을 모르고 자기 지식을 붙잡고 요지부동인 사람.
사람들이 말하는 인문학은 과거 대학에서 가장 기본이었던 분야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에서 쫒겨날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먹거리와 관계된다. 인문학 분야를 공부하고 나서 자기 밥벌이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타까운 것을 넘어서 심히 걱정스럽다.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 즉 가장 동물적인 수준의 삶에 매여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최첨단을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야만인과 같은 삶이라니,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