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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이나 헤매어도 신을 찾지 못했던 고행자가 있었죠. 어떤 시커먼 물체가 가운데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어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에 알고 보니 그것은 그가 너무나 좋아해서 선뜻 버릴 마음이 없었던 낡은 털옷이었지요. 그것을 버리자 그는 당장 앞에 나타난 신을 보았어요.... 이봐요, 당신이 나에게는 낡은 털옷이죠. 잘 가요. (<영혼의 자서전> 684)
# 낡은 것이라고 하여 버리기 쉬운 것이 아니다. 이사 갈 때 이것을 실감나게 체험한다. 오히려 더 버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버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떠오르는 기억때문에, 사용할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껴안고 있었던 적이 얼마나 많던가.
하느님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버리라고. 가족을 버리고, 돈을 버리고, 명예를 버리고, 욕망을 버리고, 자신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계획을 버리고, 좋았던 것을 버리고, 열망을 버리고, 자기에게 위로를 주었던 하느님을 버리고, 버리려고 하는 열망과 의지도 버리고... 그런데 말뿐이었던가.
착각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느님을 찾아 떠난게 아니라, 하느님을 찾아 떠났다는 착각. 버리고 포기하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다 버렸다는 착각. 버리고 포기하는 사람으로 보고 부르기 때문에 자기가 당연히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는 착각. 지금까지 낡은 털옷이라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착각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