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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오들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1. 17. 14:56
예리코의 자캐오. 세관장이고 부자였다.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가끔 불현듯 자신이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재물과 재산 증식에 눈이 먼 사람으로만 여겨지기도 했다. 이렇게 벌거벗겨진 자신이 부자지만 가난한 사람이며 살아있지만 죽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현실의 냉혹함을 잘 알고 있어 지금 그대로 사는 것도 괜찮은 삶이라고 자위하며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과 영혼이 가끔 어둠에 쌓이곤 했다. 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마음속 깊게 자리잡고 있는, 영원한 것에 대한 허기짐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예리코의 자캐오는 자캐오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기이면서 인간의 실존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자신에 관한, 특히 모든 것이 물화되어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의 삶과 관련시켜 이해할 때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게된다.
번잡한 도시의 길거리, 부족할 것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윤택한 생활, 불가능한 것이 없을 것처럼 여져지는 과학기술,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일지 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사람들... 예리코의 자캐오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부러주는 것이고 자기와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와 너가, 너와 내가 자신의 인격을 나누고 하나되는 체험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꺼져가는 생명의 불을 살리는 길이며, 마음과 영혼의 허기짐이 가시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