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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힘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2. 26. 11:53
2월 26일, 수요일
온 나라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말과 말과 말들이 난무합니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허위인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무시해야 하는지 가늠할수 없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그런 말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칩니다. 어떤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될까를 따녀 따져 서로 비난하는 말과 책임을 떠넘기려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소리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근심과 걱정으로 다시 테레비 뉴스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뒤적거립니다. 착찹한 기분이고, 많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우리의 삶이었습니다. 깊게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쫒기듯이 살았습니다.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고 재빠르게 응답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우리들의 삶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땅에서 살수 있고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속도전에 휘말려 든 우리들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우리들의 삶에 난데없이 코로나가 들어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퍼져나가듯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를 붙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달려왔던 속도로 달릴 수가 없고, 가능한 빨리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동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입니다. 아주 빨리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 앞에 주춤거릴 수 밖에 없는 상태로 되어버렸습니다. 빨리 하는 것이라면 어떤 사람들도 따라오거나 흉내낼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었는데... 생각많은 사람이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습니다.
빨리 걷는다고 해서 멀리 가는 것이 아니며, 일을 빨리 한다고 해서 효율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천천히 한다고 해서 철저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듯이 천천히 한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고 노는 것도 아닙니다. 빨리 걷든 느리게 걷든, 일을 빨리 해치우든 느리게 처리하든, 가끔 멈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멈춘다는 것은 쉬는 것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삶과 앞으로의 삶을 한 자리로 불러 들이며, 지난 시간과 앞으로 채워가야 할 시간을 한 자리로 불러 들이는 시간입니다. 이곳에 피정오려고 예약했던 분들에게 피정을 취소하는 것이 낫겟다고 전화하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