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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을 보여 주세요리브리/책 요약 2019. 12. 4. 16:38
12월 3일, 화요일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 줘요』, 알렉상드르 타로/백선희, 풍월당, 2019
* 나는 이 몸이라는 파트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 너무 허옇고, 둘로 잘린 몸. 아래쪽은 닻을 내리고, 위쪽은 허공에 떠서 땅과 구름을 접촉한다. 반은 말이요 반은 인간인 켄타우로스의 몸은 손에 든 활로 결코 맞히지 못할 것을 겨냥한다. (58)
* 독주회는 1840년대의 파리에 눌러앉는다. 영구적인 주거다. 모든 것이 솔리스트가 돋보이도록 만들어진다. 독주회는 이것저것 긁어 모은 곡으로 유행하는 테마의 즉흥연주와 피아노 편곡으로 구성된다. (60)
* 현대 피아노의 토대는 1830년과 1850년 사이에 갖추어진다. 파리에는 피아노 제작자가 3백 명이 넘는다.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피아노에는 세 개의 페달이 있다. 왼쪽 페달은 음을 부드럽게 만들고, 가운데 페달은 댐퍼를 들어 올려 선택한 음을 울리게 만들며, 오른쪽 페달은 모든 현을 진동하게 한다. (64)
* 나를 텔레비전과 영화 스크린으로 보거나, 혹은 2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걸 너무 자주 본 친구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나는 오직 그들만 생각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내가 죽도록 자신들을 생각했다는 걸 알까. 그들은 인연을 끊었다. 보란 듯이 논거를 내세우며, 혹은 말없이 비겁하게. 나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떠나는 나와 친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82)
* 로베르토 비네의 <올락의 손>은 한 연주자를 무대에 올린다. 올락과 나는 잘 통했다. 피아니스트인 올락은 기차 사고로 두 손을 잃는다. 외과 의사가 그에게 살인자의 손을 이식한다. 도시에서 살인이 계속 일어나자 올락은 자신이 범인이라고 믿게 된다. 그는 자신의 팔 끝에 달린 큼직한 낯선 손으로 다시 피아오를 연주해 보지만 음 몇 개 이상은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왔다. 우리는 마치 형제처럼 연주해서 관중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내 손을 제공했고, 내 손은 살인자의 손이 되었다. (90)
* 솔리스트. 이 말은 1836년에 공인되었다. 솔리스트. 새로운 직업, 공인된 명칭, 명연주자는 힘을 얻게 되었다. 스타. 이제는 극장 무대 위에 홀로 서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홀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 솔sol-리스트는 환한 조명을 받고 언제나 반쯤 높은 곳에 자리하며, 점점 더 넓어지는 공연장에서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는 그저 음악의 사공일 뿐이다. 솔-리스트. 마지막 세 글자는 실행을 가리킨다.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실행한다. 솔리스트는 자기 고독을 실행한다. 그는 장인으로서 고독으 조각하고 반들반들하게 닦아서 살게 한다. 더 잘 공유하기 위해, 홀로. (116)
* 그녀(바르바라)는 그 공연에서 내게 가장 경이로운 유산을 남겨주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 것. 모든 걸 탁자 위헤 내려놓은 것. 자신의 껍데기 까지. 우리의 결점은 우리의 정체성이고 우리의 기회다. (126)
* 다른 어떤 말보다 음악과 동떨어진 말이 있다면 그건 칵테일 파티다. 이 말을 쓰기만 해도 나는 두드러기가 돋는다. 이 말은 가득 찬 술잔과 공허한 말의 냄새를 풍긴다. 화장한 살갗과 구취의 냄새를 풍긴다. 칵테일 파티에서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는다. 허술한 지팡이에 매달리듯 자기 잔에 매달린다. 자기 다리에 매달리고, 고독의 불안 속에서 대화 상대에게 매달린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매달린다. 어쨌든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다. 거싯된 말들이 쌓여 우뢰처럼 떠들썩하고 볼품없는 음악을 이룬다. 칵테일 파티는 근사할수록 천박하다. 칵테일 파티에서는 누구도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곳에서 관계는 자리 잡지 못한다. 가장 영리한 사람도 늘 밋밋해 보이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아름답지 못하다. 굳은 미소, 지쳐서 시뻘개진 눈, 과잉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130-131)
* (연주회가 시작되고) 박수갈채가 끝나면 침묵이 말할 차례가 돌아온다. 매우 상대적인 침묵이다. 그 침묵, 다른 침묵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그 순간의 침묵에서 곧 첫 음절이 솟아나올 것이다. (159)
* (연주회의) 긴장은 우리가 생생히 의식만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긴장은 타인의 눈길과 혹은 우리가 성공해야 한다고 여기는 순간과 결부되어 있다. 콘서트에는 성공이랄게 없다. 경쟁은 우리를 콘서트에서 멀어지게 한다. (161)
* 첫 음을 누를 때부터 마지막 음을 겨냥해야 한다. 곡 안의 모든 요소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178)
* 이해시키려 하지 말 것. 연주자는 매개자이지 선생이 아니다. 청중은 이해해야 할 게 없다. 청중은 스스로 보고 듣는 대상에게 자기 고유의 무언가를 투사한다. 내 생각에는 청중을 이해시키려 드는 건 청중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청중은 음악을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연주자는 피아노에서 나오는 소리와 객석 청취 사이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관중에 대한 존중이 시작된다. 연주자는 음악과 청중 사이의 모든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 (190)
* 나의 반 음 내림 라 음이 당신을 건드렸다. 나는 당신이 타인을 잊어버린 그 순간, 소매치기처럼 내 손을 당신의 몸 어딘가에 댔다. 그러나 당신에게서 뭘 훔치진 않았다. 그저 반 음 내린 라 음의 매력으로 당신의 내밀한 감정에 손가락을 댔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는 가까워졌다. 조심하시라. 관능적인 사이로 변할지 모르니까. (198)
* 피아니스트들의 에외적으로 발달된 촉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타고나는 걸깜? 그것이 우리를 이 직업으로 이끌었을까? 아니면 건반 연습이 그 촉각을 발달시켰을까? 피아시스트는 살아있는 내내 접촉한다. (201)
* 나는 당신을 향해, 당신을 듣기 위해 길을 걸어왔고, 당신은 나를 향해, 바흐를 듣기 위해 걸어온 것입니다. 이 콘서트는 우리의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매료된 것입니다.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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