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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생활글/생활 속에서 2013. 3. 12. 15:44
3월 12일, 화요일
내가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에 몰래 갖고 들어갈 수 있었던 물건 중에는 모르핀 앰풀이 있었다. 의사였던 나는, 말기 폐부종 환자였던 아버지가 호흡이 곤란하여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모르핀을 주사했다. 당시 이미 81세였던 아버지는 굶주림으로 인해 이민 반은 죽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 후 아버지는 두 번의 폐렴을 앓은 뒤에야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프세요?"
"아니."
"지금 바라는 것 있으세요?"
"아니."
"저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있으세요?"
"아니."
나는 입을 맞추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살아 생전에 다시는 아버지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서 나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감정을 느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때문에 빈에 남았고, 아버지가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을 동행했으며, 아버지의 쓸데없는 죽음의 고통을 줄여들였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빅터 프랭클.박현용, 책세상, 20-21)
☞ 오래 전에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에 관한 작은 논문을 썼다.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대답해야 한다."라는 말로써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빅터 프랭클이 대단해 보였기에
그와 그의 '로고테라피'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나서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역 도서관에 책을 빌려 오고,
빌린 책을 반납하면서 다른 책들을 빌려오곤 하는데,
오늘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서가에 꽂혀 있는
빅터 프랭클의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가 있어
옛날 생각이 나 뽑아 왔던 것이다.
유대인이었던 프랭클의 가족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참인
1942년에 모두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아버지는 테레지엔트 수용소에서, 어머니는 아유수비츠 수용소에서,
형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다가 광산으로 끌려가서,
아내는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죽었고,
유일하게 프랭클만 살아 남아
빈에서 살다가 1997년(92세)에 죽었다.
빅터 프랭클은 강제수용소에서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의 정신의학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어
제3빈 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를 창시했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는
빅터 프랭클의 아흔 살 생일을 기념하여 쓰여진 책인데,
학술적인 논문에 쓸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근대 유럽 역사를 관통하면서 그가 만나고 체험했던 것들에 관해 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