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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일요일
소설은 '허구적인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을 쓰여진 글, 실제로 있을 법한 일에 대해서 쓴 글, 현실화 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쓴 글이라는 말로 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을 때 읽는 사람이 지어내 그 이야기에 빨려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고 작가와 독자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소설과 관계되는 이런 말이 영화와 에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영화와 에니메이션에서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언젠가 현실에서 재현될 수 있고 현실이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영감과 내적인 동력을 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와 에니메이션에 빠져 들게 될 것이다.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두 그룹이 있었다. 이들의 일상생활은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으며 폭력과 테러로 죽고 죽이는 일이 가끔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쪽 그룹에서 상대방의 한 요원을 잡아다가 그 사람의 몸에 시한 폭탄을 설치한 다음에 그 사람을 자기 진영으로 돌려보냈다. 시한 폭탄이 터지기 전에 그 사람의 몸에 있는 폭발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그 사람이 돌아가게 될 곳에 있는 사람들이 죽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폭발물 제거 전문가 한 사람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지금 우리들의 현실인 것이다.
이와 똑같은 장면은 아니지만 아주 유사한 일이 오늘 일어났다. 부활절이어서 바람도 쐴겸 텔 아비브-야포에 갔다. <성 베드로 기념 성당>(사도9, 36-43; 10, 9-16 참조)을 순례하고 나와서 안내해주시는 분의 차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길을 막는 것이었다. 우리 차뿐만 아니라 모든 차들이 길 한쪽으로 서 있었다. 성당 순례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통행이 금지되거나 제한되었다. 이것을 모르고 있는 어떤 사람이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길거리 쪽으로 가려고 하면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경찰이 기겁을 하며 길을 막았다. 주변의 심상찮은 분위기때문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성당 주변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것이 발견되었고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20분 쯤 지나자 포크레인처럼 생긴 로봇이 등장했다. 아주 천천히 한 벤치 옆으로 다가갔다. 멀리 있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는데 벤치 위에는 가방이 하나 있었다. 로봇이 그 가방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돌려보고 둘러보고 열어보는 것 같았다. 사람이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을 로봇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봇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로봇을 주시하고 있었다. 로봇의 조사를 통해서 그 가방이 평범한 것으로 드러났던 것 같았고, 어떤 사람이 와서 로봇 앞에 있는 그 가방을 옆에 있는 쓰레기 통으로 던져 버렸다. 지금까지 막혔던 길이 열렸으며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40여분 정도 기다렸을까?
가끔 폭탄 테러를 경험한 적이 있는 이곳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벤치에 있었던 가방이 평범한 가방이어서 다행이었지 그속에 폭발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누가 잊고 간 가방 하나 때문에 그렇게 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통행을 금지시키고 긴장하게 했다는 현실이 떨떠름했다. 그리고 로봇이 폭발물을 제거하는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성 베드로 기념 성당>↓
<로봇이 출동했던 성당 앞 광장> ↓
<로봇 출동> ↓
<무두장이 시몬의 집> ↓
<야포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