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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원고글/바 롯 2009. 10. 15. 22:37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
밤에 흠뻑 잠겨. 이따금 골똘히 생각하기 위하여 고개를 떨구듯 밤에 흠뻑 잠겨 있음. 사방에는 사람들이 잠자고 있다... 이마는 팔에 박고 얼굴은 땅바닥을 향한 채 조용히 숨쉬며, 그런데 네가 깨어 있다, 파수꾼 중 한 사람이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네 곁 섶나무더미에서 꺼내 불타고 있는 장작을 휘둘러 찾는다. 왜 너는 깨어 있는가?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 사람은 여기 있어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다른 사람들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잠을 이루지 못한 체 뒤척거려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크게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나 일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 이유가 그 무엇이든지 간에 잠을 청하면 청할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체험도 했을 것이다.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고통스럽고 긴 밤을 지나지 않으면 안되었던 때도 있었을 것이고...
언젠가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기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어느 시대에나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은 있었을 것이고, 이들이 우리의 관심과 기도를 필요로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다른 어떤 때보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자신을 기쁘게 맞이해주는 부모님이 집에 계시지 않기 때문에 길거리를 방황하거나 컴퓨터 안에서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그 누구도 자기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아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젊은이들이 있으며, 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 힘없는 아버지들이 있다. ‘시간 강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젊은이가 있으며, ‘때리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어린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며, 카드빚에 몰린 엄마가 세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죽었다라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고도화되고 세분화 되어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며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해 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 구조 안에서는 힘없는 사람이나 어떤 이유에서건 궁지에 몰린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이나 친분을 통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든다고 말한다. 자연히 그들이 택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리라.
지금 우리 사회에는 삶의 벼랑 끝에서 자신을 던진 사람들(자살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2천년도 11,794명; 02년 13,055명). 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로 한 것은 무엇일까? 이들이 우리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고통을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사람이리라. 자신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기도하는 사람이리라. 자신을 위해 누군가 깨어있다라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한가닥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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