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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선율을 노래하시오원고글/바 롯 2009. 10. 15. 22:34
하느님의 선율을 노래하시오
2004년 11월 28일
“날아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요르단 강 저편 잃어버린 고향 땅으로/ 지금은 잃어버린 아름다운 그 땅 ...”으로 시작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3막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언제 들어도 내 마음을 싸하게 하며 저의 눈을 하늘 저편으로 향하게 합니다. ‘나부코’는 기원전 587년 유다의 예루살렘을 함락했던 바빌로니아왕 느브갓네살을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며, 베르디는 이 오페라를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모두 하느님 곁으로 떠나 보내고 난 뒤의 깊은 절망속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르디는 자신의 처지가 머나먼 바빌로니아로 끌려간 유대인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바빌로니아로 사람들은 자기 나라로 끌려온 유대인들을 보며 시온에서 불렀던 찬양의 노래를 불러보라고 조롱합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나라를 빼앗겼다는 수치심과 모멸감, 서러움이 북받쳐 노래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유대인들의 마음을 시편에서는“바빌론 강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졌노라. 언덕의 수양버들 나뭇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 두었노라 ... 우리 어찌 야훼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까 보냐”(시 136,1-4)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비록 마른 빵을 먹고 살았지만 하느님을 찬양하며 살았던 그때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것입니다.
바빌로니아로 끌려간 유대인들이 그랬고 베르디가 그랬듯이 절망과 두려움은 우리에게서 노래하는 것을 앗아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때문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로마로 끌려가면서 에페소 교회의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선율을 노래하시오. 그럴 때 여러분은 함께 한 합창대가 될 것이며 여러분이 이루어내는 조화와 사랑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의 노래가 여러분을 통해 울려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냐시오 성인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 개인을 위한 고유한 선율을 마련해 두셨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통해 나온 그 선율들이 모아져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한 위대한 합창곡이 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성인의 말씀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사람 중의 하나가 베르디라는 음악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베르디는 자신의 고통을 통해 영혼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선율을 들었던 것 같고, 히브리 노예들이 고통속에서 들릴 듯 말 듯 불렀던 선율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느님께 올라가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베르디는 자신과 히브리 노예들의 영혼 안에 있었던 하느님을 향한 선율을 끌어냈다는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을 때마다 저의 영혼이 하느님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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