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과 뒤섞이지 않도록 개인을 보호하는 데는 지키고자 하거나 지켜야 하는 비밀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 이미 사회성 형성 초기에 비빌결사의 필요성이 인지된다.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지킬 만한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밀‘이 날조되거나 그럴듯하게 꾸며지고, 그 비밀은 내막을 잘 아는 특권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인지‘ 되고 ’이해‘ 된다. 그럴듯한 비밀의 필요성은 원시단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동의 비밀은 결속을 위해 시멘트 역할을 해준다. 사회적인 단계에서 비밀은 개별 인격들의 결속 부족을 효과적으로 보상하는 데 의미가 있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600)
* 비밀결사는 개성화에 이르는 과정의 중간단계다. 사람들은 자신을 분화시키는 일을 아직은 집단적인 조직에 맡기도 있다. 즉,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되어 자기 자신의 발로 서는 것이 개인의 고유한 과제임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온갖 집단적인 동일성, 예를 들어 어느 조직체의 일원이 되는 것, 무슨 주의나 그와 같은 것들을 신봉하는 것등은 장매물이 될 수 있다. (601)
* 공동체의 비밀에 정통한 사람이 미분화된 집단성에서 옆길로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 역시 외로운 오솔길에서 어떤 이유로도 누설해서는 안 되고 누설할 수도 없는 비밀을 필요로 한다. 이런 종류의 비밀은 그로 하여금 개인적인 계획속에 고립되기를 강요한다. (602)
* 오직 우리가 발설할 수 없는 비밀, 즉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우리가 표현하는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밀만이 퇴보를 막아줄 수 있다. (603)
*** 아이가 자기만의 공간을 요구하는 것은 고유한 한 인격체로 독립하고 싶기 때문이다. 비밀이 보장되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자기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공유하는 비밀로 결속력이 강화된다. ’패거리‘는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는 폐쇄된 무리이다. 건강하지 않은 비밀주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까발려져’ 투명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비밀이 없는 사람, 비밀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일차원적인 세상이며 생동감없는 세상이다. 비밀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상이 있다는 의미이며 개성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