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이 좋은 악기가 있습니다. 울림이 마음속까지 파고듭니다. 소리가 그쳤지만 그 여운이 오랜동안 남습니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여백이 많은 책이 있습니다. 단순하고 산만하거나 난삽하지 않고 정갈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만의 익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는 상대가 있습니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그의 이야기에 덧붙어 나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주파수가 같기 때문입니다. 공명하고 공감하는 정도가 높고 크기 때문입니다. 내가 노래하면 상대방은 춤을 춥니다. 내가 울면 상대방도 함께 웁니다. 공명과 공감이 없는 관계는 모래알이 모인 것과 같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버겁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습니다. 얼굴을 보기도 싫고, 멀리 그 사람이 나타나면 외둘러갑니다. 사사건건 발에 채이는 돌맹이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나 이런 사람이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게 해 줍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나를 좋게 대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