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나를 불렀다고 한다. 정말이었을까. 지금까지의 삶이 가치없는 것으로 보여질까 두려워 그랬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일까. 그분의 부름에 응답한 것이라면, 서로 잘 알고 있어야 할텐데. 나는 그분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분이 나를 알고 모르고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관계는 있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다. 어떤 것이 두려운가. 두렵다는 표현을 바꾸어 본다. 어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환상과 착각이 아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현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존하는 것이 그분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다. 현존한다는 것을 현재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 현재만 중요한가. 지나가버린 과거의 시간은 중요하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은 오게하라고 말한 하면 되는가.
침묵하는 시간이 왜 나에게 좋은가. 활동하고 이야기하고 방황하는 시간은 나에게 좋지 않다는 말인가. 좋든 싫든 나에게 다가온 시간이었고, 그 시간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나의 시간과 공간과 인격이 함께 했기 때문에 사건이며, 이 사건은 다시 나의 시간과 공간과 인격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