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님 앞에서 걸어가리라, 산 이들의 땅에서. (시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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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고 떳떳하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지금은 없어졌지만, 전국 미인 선발대회에서 한복이나 수영복 차림으로 심사위원들 앞을 당당하게 걸어갔던 후보자들처럼. 혹은 패션쇼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자신과 옷을 뽐내며 플로어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처럼.
"나는 주님 앞에서 거닐리라." 어떤 모습일까?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등에는 애기를 없은 엄마가, 걸을 수 있는 애기를 앞세우고 걸어가는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애기는 엄마 앞에서 자유로이 자기 길을 간다. 애기가 길을 벗어나면 엄마는 길을 다시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서 엄마와 애기는 같은 길을 간다. 시편 저자는 나와 하느님의 관계가 바로 이와 같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를 뒤에서 조종하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 앞에서 나의 길을 자유로이 가게 허락 하신 하느님. 하느님은 당신 앞에 나를 세우시고 나의 길을 가게 하신다. 우리는 함께 같은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