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간의 고속버스 여행이었습니다. 도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간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덥다고 하면서도 밖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아주 많았습니다. 고속도로 군데군데 막히기 했지만 오랜시간 정체되는 곳은 없었습니다. 얼마 되지않아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서 좋긴 했지만, 밀폐된 공간을 더욱 더 답답하게 했습니다.졸다깨다를 반복하면서 머리가 흐리멍덩해졌습니다. 운전석 위의 티브이 화면에서 어린 소녀들이 노래보다는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춤추며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서 인위적이고 과장된 웃음이 보입니다. 노래 소리는 들리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춤동작이 메말라 보였고 무덤덤했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초록의 나무와 들판이 싱그럽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바깥이 얼마나 훅훅 찌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기도하기도 힘겨웠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래된 팝송을 들으면서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랬습니다. 빨리 죽는 것은 바라지 않으면서 장거리 여행할 때는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랍니다.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몇 시간 전 모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거지 소녀> 로즈의 가난한 여성으로서의 삶과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삶이 기억났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고 외면하고 타협하면서 살았던 로즈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머릿속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속을 생각들이 떠돌아 다녔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 밤이 늦게까지라도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혼자있는 시간을 고요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은혜입니다. 몸과 마음속에 욕망이 잠자고 있지 않으면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이미 어둠이 내린 도시안으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