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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모니카 마론), 사랑 때문에 떠난 여인에 관한 이야기.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었던 남편과 아이들을 떠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절감했던 순간이 있었고, 그 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사랑했던 그 사람이 떠나자, 이제는 그 남자에 대한 기억으로 살아간다. 사랑때문에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때의 사랑을 기억하며, 길고긴 시간을 홀로 지내며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 사람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마는, 어떤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사랑했다는 그 자체로, 그녀의 삶이 멋있고 슬프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너도 그렇게 해 볼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다면? ”너(당신)는 누구인데?“라는 숱하게 많은 질문과 질문만을 제기하며, 한 번도 마음껏 사랑하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질문한다는 것은 핵심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아니라, 주변을 맴돌면서 탐색한다는 말이고 언제든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자신을 투신하지도 않고, 사랑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주변을 맴돌면서 핵심속으롤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라서였다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사랑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차한 말로 될 수 밖에 없다. 다행한 것은 사랑할 시간이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이 시간을 오로지 사랑하는데 써야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없이도 살 수 있나요?“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랑없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 각자는 오늘, 이 시간에 해야 할 것이며, 자기가 한 대답에 따라 살게 될 것이다. 그 순간에 맞는 답이라고 생각하며 그에 따라 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한 답에 대해 수정하면서, 앞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 자리를 떠나 저곳으로 가고, 이 시간의 흐름에 실려 생소한 시간속으로 들어가고, 이 사람에게 매이지 않고 저곳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서.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순수한 사랑, 그래서 눈물이 나고 사랑의 원형이라 불리는 것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