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치매 1기’다. 몇 번 가본 성당인데 한 골목 먼저 좌회전을 했던가 보다. 나타나야할 성당이 나타나지 않았다. 급하게 카카오맵을 켜고 성당을 찾았다. 토요 저녁 미사 직전에 도착했다. 제대에 올라가 ’성부와 ~‘하려는데,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니 ~~~”. 어떤 일인지 금방 알아차리고 급하게 휴대폰 소리를 죽였다. 다시 미사 시작하려는데, 다시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니~“. 헐. ”죄송합니다... “. 허겁지겁 휴대폰 전원을 끄고 미사를 시작했다.
같은 성당, 주일 아침 7시 조금 전에 성당에 도착했는데, 차를 주차할 곳이 없었다. 이렇게 교우들이 일찍 그리고 많이들 오셨나. 아니면 주변 교우들이 성당 마당을 주차장으로 사용하시나?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내려서 주차하기 좋은 곳이 있는지 두리번 거렸다. 간신히 주차할 만한 곳을 찾고후진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와서 ”미사하러 오셨어요?“ ”예.“ ”빨리 오세요. 교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요?“ ”7시 미사입니다!“ ”7시 반 아니었나요?“ 7-8분 늦게 미사 시작했다. 다시 ”죄송합니다.“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 먹고 서울 가기만 된다. 느긋한 마음으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여행과 관련된 일이어서 전화로 인터넷으로 일을 처리해 주었다.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기차 시간을 확인하려고 앱을 열어보니 11시 4분 기차. ’헐, 오후 2시 40분 기차 아니였나?‘ 부랴부랴 기차표 반환 요청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고속버스 표 예매하고, 백팩에 짐 쓸어담고, 택시 타고 버스 터미널로. 터미널에서 <아침의 피아노>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붘토크‘ 준비하려고 다시 읽기로 한 책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치매 1기가 아니라 2기 증상인가?
꿩대신 닭이라고. <아침의 피아노>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공항의 무료한 시간, 비행기 안에서 메모장에 적어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외우기로 했다.
“저의 하느님, 저의 자비시여, 당신을 제가 부릅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지으셨고, 당신을 잊어버린 저를 당신께서는 잊지 않으셨습니다. 제 영혼 안으로 당신을 불러모십니다. 제 영혼에 불어넣으신 그 열정으로 제 영혼이 당신을 받아들이도록 미리 준비시키는 이는 당신이십니다. 이제야 당신을 부르는 이 영혼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고백록 13권 1장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