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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일이다. 처음으로 해외로 나간 때였다. 나를 떠나 보낼 형제들이 공항에 함께 왔고, 가족 몇 명도 환송하러 나왔다. 가야 할 나라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지만, 가서 머물 곳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해외 여행에 대한 동경이나 설렘은 없었다. 환승하고 도착지에 내리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와 있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더 컸을 것이다. 해야 할 공부에 대한 부담은 조금 있었을 것이지만, 의식 뒷편으로 밀어넣어 두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젊은 시절의 한 순간을, 시간적으로 짧았지만 내 영혼안에서는 아주 길고 길었던 시간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그곳에 도착한 다음의 시간에 대해 그다지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새로운 언어에 대한 자존심 상한 것과 나자신의 한계에 대한 뼈저린 체험때문에 들추어내기 싫었을 것이다. 그때 나자신의 모습을 가끔 기억할 때마다, 아련함과 잔잔하지만 깊은 슬픔이 올라온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나쓰메 소세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