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어둡게만 바라보는 카프카에게 친구가 물었다. "그러면 네 생각으로는 이 세상에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 카프카가 대답했다. "희망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 하지만 그 많은 희망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네."
세상을 어둡고 삐딱하게 보면서, 얼마든지 '패러디' 할 수 있는 말이다. 세상 어디에 넘쳐 나는 게 돈이다. 그 돈이 내 호주머니 안에 없어 초라하고 비참할 뿐이다. 세상에 가고 싶은 곳이 얼마든지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한 돈이 없을 뿐이다. 세상에 갖고 싶은 귀한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전시해 둘 멋진 유리 상자가 없어서 그렇지. 지도자라 자처하는 사람은 어디든지 있다. 다만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서 그렇지.
자기 자신과 아무 관계없이 잘도 돌아가는 세상. 어떤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상인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평생 한 번이나 해 볼까 말까 한 일들이 많다.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기가 없어도 아무 탈없이 돌아가는 세상, 그곳에 그곳에 살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따돌림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만 같아 걱정이다. 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못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개운치 않는 것들이 많다. 찌질이들이 올라가기에 너무 높고 뚫고 지나가기에 너무 단단한 벽을 어디에서건 보게 된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카프카가 시니컬하게 바라보았던 세상처럼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