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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의 사제로서 저는 온 땅덩어리를 제단으로 삼고, 그 위에 세상의 온갖 노동과 수고를 당신께 봉헌하겠습니다. 하느님, 저는 새로운 노력이 이루어 낼 소출들을 저의 이 성반에 담겠습니다. 오늘 하루 이 땅이 산출해 낸 열매들에서 짜낼 액즙을 이 성작에 담겠습니다. 영혼의 깊은 곳, 그곳이 저의 성반이며 성작입니다. 진리에 대한 꿈을 가지고 혹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지상 현실의 진보를 정말로 믿는 사람들. 오늘도 빛을 향해 열정적 탐색을 계속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저의 온 존재가 바로 이런 깊이에서 올라오는 속삼임에 공명하는 것입니다. 당신께서 참으로 원하시는 봉헌물은 이 세상의 성장, 우주 만물의 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걸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성장뿐입니다. 당신께서는 이 볼품없는 물질 덩어리 그 깊이에 거룩함을 향한 어떤 억누를 수 없는 갈망을 숨겨 두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칙칙한 물질 덩어리속에서 꿈틀대는 모든 것을 향해 억누를 길 없는 애정을 갖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아침 제 어머니의 희망과 비참을 가슴에 품고 마음속으로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렵니다. 거기서 떠오르는 태양 아래 인간 육체의 세계에서 이제 곧 태어날 것과 죽어갈 것 위에 ‘불’을 끌어내리겠습니다.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 떼이야르 드 샤르댕/김진태,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4, 15-20)
* 1923년 내몽고 오르도스ordos에서 떼이야르 드 샤르댕이 쓴 글이다. 미사의 봉헌기도로 사용해도 됨직한 글이다. 미사에 대한 깊음 묵상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되세겨야 할 내용이 아주 많다. 미사때 사제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에 관한 내용이다. 마음에 든 구절만 뽑아 편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