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뒤에서 누가 쫒아오지 않는데도 급하게 서두른다.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해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많다. 머물고 있는 방에 필요없는 물건을 잠깐 두는 것도 싫어해서 즉시 쓰레기통에 버린다. 누가 뭐라하지 않았음에도 내 스스로 정리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도서관과 공동휴게실과 빈방을 정리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필요없는 가구를 버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책들을 파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이사하면서 그냥 두고 간 책들이 대부분이다. 낱권으로 보면 언젠가 쓸 수 있는 책들이다. 그렇지만 같은 책이 다른 수도원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버려도 괜찮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읽지 않은 책들도 버려야 할 것이다. 청소는 천천히 하면 될 것이다.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었던 공간이 비워져 썰렁하게 될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른 것들로 채워질 것이다.
물건들이 넘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즉시 구입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그것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들이다. 버리기 아깝고, 아깝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면, 구입하는 것을 사려깊게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