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몸은 나날이 망가졌지만 정신은 나날이 빛났다,라는 식의 역설은 옳지 않다. 몸을 지키는 일이 정신을 지키는 일이고 정신을 지키는 일이 몸을 지키는 일이다."(《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출판, 2018, 160)
☞ 자기 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말이어서,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다. 몸과 맘이 하나인 존재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때는 자기 몸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이다. 그것도 일시적인 불편함이 아니라 상시적인 것이어서 생활의 일부분으로 견고하게 자리잡는 때, 나이들고 병이 들어 자기 몸이지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때, 깊이 자각하게 된다.
모든 삶이 시한부라고 말한다. 의료진으로부터 '몇 개월 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한부로 살고 있는 사람과 건강하다고 여기며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