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단 한 번 우는 전설의 새가 있다. 이 새의 울음소리는 이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도 아름답다. 보금자리인 둥지를 떠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새는 가시나무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가장 깊고 날카로운 가시를 찾아 스스로 자신의 몸을 찔리게 한다. 죽어가는 새는 고통을 초월하면서 이윽고 종달새나 나이팅게일조차조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목숨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맞바꾸는 것이다. 이때 온 세상은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하늘의 신까지도 미소를 짓는다. 가장 위대한 것은 고통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새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시나무 새>, 콜린 매클로우/정해근, 거암, 1986)
* 메어리 카아슨(매기 아버지의 누님, 아주 큰 목장주이며, 거부)이 거실 창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노라니까 랠프 신부와 매기는 목장 관리인이 있는 집의 반대편쪽에 있는 마구간으로부터 걸어 내려왔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그녀가 본 까닭은 랠프 드 브리카사르 신부를 사랑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여자로 성숙하려면 한참 있어야 할 소녀에게 30대 중반의 남자가 지닌 우정에 지나지 않는데도 공연한 상상만 하고 있는 것일까? 30대 중반의 남자라면 누구라도 심지어 랠프 드 브리카사르 신부라고 해도 피어오르는 장미꽃을 제대로 보지 못할 리가 없다. 카아슨 부인의 손이 경련을 일으켰다. 잡고 있던 펜에서 종이 위로 검푸른 잉크가 뚝뚝 떨어졌다. (매기와 랠프 신부 사이에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이것을 목격한 후 자신의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자기 동생이나 조카들에게나 랠프 신부에게 물려주지 않고, 가톨릭 교회에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쓴다. 자기 재산을 그 어떤 개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고, 랠프또한 자신의 재산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건 랠프가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나의 사랑이 얼마나 깊어가는지 신밖에 몰라요. 내(메어리 카아슨)가 늙은이라고 해서 아무 욕망도 없는 줄 알아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 때문에 내 마음은 아주 젊어요. 나는 오랫동안 육체의 욕망을 억누르고 한숨과 의지의 투쟁을 해 왔어요. 난 물론 지옥으로 가겠지만 지옥으로 가기 전에 신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너무 치사하고 야비하고 불쌍하게 굴지 말라고요.
* 랠프 신부에 대한 가슴 아픈 그리움은 항상 떠나지 않아서 그의 키스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수천 번이나 그 감촉을 다시 느끼며 꿈을 꾸곤 하였다. 그러나 추억은 현실의 한 조각이 아니어서 그녀(매기)가 아무리 애를 써도 실질적인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슬픈 구름 같은 그림자일 뿐이었다.
*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결혼은 실패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애당초 잘못된 이유로 결혼한 것이었다. 그(루크 오닐, 매기의 남편. 목장과 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첫번째 아기 저스틴이 태어난 다음 매기와 별거하게 됨)는 그녀의 돈을 원했고, 그녀는 랠프 드 브리카사르를 간직하려고 애쓰는 반면 그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결혼했었다. 상당히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루크를 증오할 수 없는 것 같은데 비해 점점 더 자주 랠프를 증오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 영혼의 순수성을 간직하려는 그(랠프)의 투쟁과 욕망을 억제했던 의지력, 그 어는 것도 상관이 없었고 짧은 순간에 그는 평생을 거쳤다. 육체의 의지속에서 이성의 의지는 사라지고, 정열을 추종하는 혼돈만 유발하는 감촉의 폭발만을 필요로 했던 잠들었던 그 모든 힘이 솟구쳤다. ...그가 목적한 것은 한 사람의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단순한 운명을 초월한 그 무엇, 훨씬 위대한 그 무엇이었다. 그의 모든 운명은 결국 그의 손 아래에서 그와 함께 경련하고 불타고 있었으나 그는 그녀의 남자였다.... 그는 평생 동안 다른 사람과 같은 침대에서 눈을 떠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난 교회가 절대로 소유할 수 없는 랠프의 한 부분, 대를 이어 갈 그의 일부분을 소유했어요. 나는 아들이 태어나리라는 것을 아니까. 그는 나를 통해서 살아가게 되죠. 난 열 살 때부터 랠프를 사랑해 왔고 끝까지 그를 사랑할 거예요. 그는 내 소유가 아니지만 그의 아이는 내 것이죠. ... 이 아기로 충분하고 나는 이제 아이를 낳지 않으리라. 내가 당신과 신으로부터 무엇을 훔쳐냈는지 당신은 절대로 알지 못할 것입니다. 난 내 아기, 데인에 대해서 절대로 당신에게 말하지 않겠어요. (매기가 루크와 별거 후, 마틀로크 섬에서 휴양하고 있을 때, 대주교가 된 랠프가 이곳을 찾아갔다.)
* 비또리오 추기경님, 저는 그녀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녀를 여자로서 인식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 행위로써 그녀는 제 앞에서 완전한 여자임을 입중한 셈이 되었습니다. 저는 남자이고 아직까지 존재한다고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떤 기쁨을 그녀에게서 발견했습니다. 그녀도 그렇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와 영원히 헤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육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저의 생명이 있는 한 저는 그녀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그녀와 가졌던 시간에 대해서는 회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엄숙히 제 삶을 묶어 놓은 서원을 저버린 것에 대해 속죄합니다. 저는 똑같은 열성과 자세로 성직을 가까이할 수 없는 것을 깊이 뉘우칩니다. 하지만 매기에 대해서 제가 후회한다고 하면 그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매기는 하나의 은총입니다.
* 우린(매기가 랠프에게) 잘못을 범하기도 전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스스로 안다고 해서 그 결과를 바꿀 수는 없죠. 그저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려니 생각하면서 저마다 자신의 조그만 노래를 불러요. 우린 스스로 우리들의 가시를 만들면서 어떤 댓가를 치를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하는 일이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통을 겪고 그것이 보람이 있었다고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뿐이에요.
* 가시나무새는 가시에 찔린 채 죽어 가며 노래를 부른다. 가시에 찔린 그 순간에도 죽음을 알지 못하고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노래를 부르며 죽어 간다. 그러나 인간은 가시에 찔리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것이다. 가시나무새처럼 영원히!
* 매기의 아들 데인 오닐은 로마 신학교에서 공부하여 사제품을 받았다. 데인은 사제서품 후 그리스 크레타 섬으로 휴가를 갔고, 그곳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데인 자신이 죽었다. 당시 그리스는 혁명의 소용돌이속에 있었고, 데인의 신원이 확실치 않아 크레타 섬 공동묘지에 아무렇게나 매장했다. 매기는 데인의 시체라도 찾아, 고향 드로게다에 묻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로마로 가서 랠프 추기경을 만났고 그의 도움을 청하면서 데인이 그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