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 예요."
" ??? "
"지난 번 ** 에서 만났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글쎄... 죄송합니다만, 누구신지요?"
기억한다는 나와 너 사이에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오래된 기억이어서 그것을 상기하는데 한참이 걸리든, 금방 알아차릴 수 있든, '너'가 내 정신과 마음과 몸 한켠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라고 응답한 것은 솔직한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무시당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나라는 존재가 당신에게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군'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망각한다, 잊어버린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는 것이고, 그것 없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너없이도 살 수 있고, 하느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에서 '기억'이라는 단어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핵심 메세지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을 기억하라고 촉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어떻게 창조하시고, 생명을 주셨는지 기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무엇을 약속하셨는지 기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언자들이 해야 했던 일은 하느님께서 에집트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셨던 일을 기억하고 하느님께 되돌아오라는 외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