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혹은 내가 알고 있고 가본 장소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만난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을 매개로 작가와 나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때이다. 그 작가가 유명세까지 타고 있다면, 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읽고 있는 책에 대한 호감도가 갑자기 높아진다.
우리 삶의 모든 분야가 세계로 열려져있다. 열려진 그 사이로 지금까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이 들어오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은 만나게 되고, 자기 원의와 관계없이 몰려들어와 자기 삶을 잠식해 버리기도 한다. 도서분야에서도 비슷하다.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어 책, 그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그 책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난 잘 모른다. 오히려 나와 멀고 먼 나라에 사는 작가나 책의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더 가깝게 여겨지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얼마 전 예상하지도 않았었는데, <팜트리 아일랜드의 갈라콘서트>에 갔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은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출연자들이 이름을 얻게 된 것이 상업성과 홍보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 그럴만한 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우리 것이 좋은 거여’라고 자부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자부심은 폐쇄적인 자기만족이지 않을까. 이것은 문화분야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삶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과 보여지지 않는 그렇지만 우리 삶의 근간이 되고 대들보가 되는 정신 문화를 갈고 닦는, 실력을 기르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더불어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산과 강과 마을과 도시와 풍습과 문화에 대해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 길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