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억이죠. 우리는 이제까지 치매라고 하면 며느리가 밥 안 줬다고 악을 쓰는 노인만 봤잖아요. 살아보니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도 가슴 아팠던 순간도 다 소중하게 모여서 기억이 돼요. 뇌가 쪼그라들어도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억으로 살아요." (<생에 감사해>, 김혜자, 97)
☞ 《눈이 부시게》(김석윤 연출, 이남규.김수진 극본, 김혜자 외, 2019년 JTBC 드라마)를 마치고 김혜자가 한 말이다. 사람이 포악해지고, 까칠해지고,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이고, 주변 사람들을 헐뜯고, 삶을 비관하고 절망스럽게만 보는 것은 '사랑의 기억'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사심없고 이해타산없이 받았던 사랑이 부족할 때, 사람의 몸과 마음이 오그라 든다. 되돌려 받으려 하지 않고 주었던 사랑, 사랑하는 것 자체가 기쁘고 행복하기 때문에 사랑했던 기억이 빈곤할 때, 인색해지고 삶과 사람에 대한 여유없이 옹졸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 주변이 삭막해져 가고, 사람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외로움과 우울감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빈약한 사랑의 기억 때문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랑의 기억이 부족할 때 든든하고 믿음직하고 강한 사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독한' 사람으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