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무성하다. 결정하지 않고 미적거리기 보다 옳지 않은 결정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들 말한다. 확실한 목표보다는 가야할 방향을 정해놓고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싶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분들을 가끔 만난다.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있다. 자기가 가야할 길에서 벗어나 있음을 알지만 되돌아가려 하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의지 박약자여서, 대는대로 살고 싶어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살고 싶어서. 몸에 면역체계가 약해지거나 무너지면 질병에 취약해진다. 항체를 키워야만 한다.
이번 여름에는 이름만 수없이 들었던 책들, 요약본으로만 읽었던 책들 중에서 몇 권이라도 읽어보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을 읽었다. 전에는 이에 대해 무엇인가 썼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써보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그것에 대해 쓰고 싶은 의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의무감인지, 아직까지도 책에 대한 호기심과 허영심을 버리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 <좁은 문>을 읽고 있다. 읽고 있지만 시간 죽이기 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을 때 항상 유용성과 삶과의 관련성을 찾곤했는데,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