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때때로 아무 생각없이 "내가 당신한테 말 안 했던가?"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최근 자신의 생활에서 일어났던 일을 주워섬기며 일과 관련된 소식을 알려왔다. 이 질문 아닌 질문에 내 표정은 곧 어두워졌다. 그가 그 여자에게는 이미 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즉각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빼앗긴 상태였는데, 그것이야말로 연인 사이를 공고히 하고 지속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집착>, 46)
☞ 질투로부터 시작되는 여러가지 감정 중에 소외감을 말하고 있다. 소외감은 어떤 사람들이 당연히 공유하고 있으며, 그들에게는 어떤 설명없이 그대로 이해되는 것인데, 자기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음에서 오는 씁쓸함.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은 자기 아닌 사람들 사이에 그들만의 세계가 있으며, 자기는 그들의 세계에서 밀려나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외로움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게 드러나야 하고, 밝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수만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경우의 어떤 일이 생겼을 때에라도 주변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로 배려하는 것이 사람들에 대한 에티켓이다. '끼리끼리', '우리 끼리'는 인간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것이며,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무너뜨려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