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발마의 후고는 날카롭게 벼려진 지성과 지식만으로는 지복직관을 경험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저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고차원적인 경험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라고 했다. 호흡의 리듬에 신중하게 빠져들고, 고요함에 집중하는 행동은 마음챙김 명상방법이기도 하다. 호흡이란 영혼이 깃든 육체의 존재를 느끼는 활동이다. 폐가 호흡 운동을 하는 리듬이야말로 순간의 이어짐이기 때문이다. 이완된 호흡을 한 번 할 때 걸리는 시간이 대략 3초 정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 번의 호흡 주기는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의 지속과 정확히 일치한다. (<시간의 제어>, 마르크 비트만/강민경, 일므디, 2022, 79)
* 인지심리학 분야의 수많은 실험 결과를 보면 기억으로 남은 사건의 수와 특정한 기간 내에 경험한 삶의 변화가 주관적인 시간 지속을 결정함을 알 수 있다. 특정한 기간 내에 더 많은 사건과 그에 따른 변화가 일어날수록 그 기간이 주관적으로 더 길게 경험된다. 특정한 기간 동안 변화무쌍한 경험을 했다면 같은 기간 동안 단조로운 경험을 했을 때보다 시간이 더 길게 지속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경험한 것이 많다면 그 기간의 기억을 되돌아볼 때 떠올려야 할 것이 많기에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114)
*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가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이들의 일상생활을 고려해 보면, 성취감이나 만족이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양로원 사는 노인들은 다양한 과제나 사건없이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기 때문에 하루가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지루함이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감각과 동의어다. (117)
* 감정과 연결된 기억이 더욱 길고 자세하게 기억된다. 어느 정도 감정과 결합된 경험만이 기억에 저장된다고 말할 수 있다. 경험의 보물 상자가 클수록, 그리고 그 경험이 감정적으로 다채로울수록 삶은 풍요로워지고, 이에 따라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늘어난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인생을 꽤 잘 살아왔으며 오래 살았다고 느낄 수 있다. (119)
* 병에 걸리거나 죽음이 가까워진 것뿐만 아니라 고향 혹은 고향에 버금갈 정도로 안정적이던 장소를 따나도 시간 조망(사람이 인생 전체라는 긴 안목에서 시간을 보는 것)이 짧아진다. 이때 사람들은 사회적인 선호도가 바뀌어 감정적으로 더 가까운 사람에게 훨씬 의지하게 된다. 친구나 가족을 자기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 죽음을 주제로 한 사회학적 연구에서 150건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그 내용에 따라 사람들이 세 부류로 나뉘었다. 죽음 전문가, 죽음 거부자, 죽음 연구자이다. 죽음 전문가들은 뚜렷한 죽음의 상을 갖고 있다. 이것은 종교적이거나 무신론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죽음 거부자들은 애초에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들은 삶에 열중하기 때문에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죽음 연구자들은 죽음에 관한 질문을 공개적으로 던지며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신들이 꼭 파헤치고 그 답을 찾아야한 하는 과제로 여긴다. (124)
* 의식을 연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아, 시간, 신체라는 개념이 한데 묶여 등장한다. 현존이란 시간적으롤 지속하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자아를 지각하는 것이다. 자의식이란 스스로의 존재를 시간적으로 지속하는 것이자 신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인식한다는 뜻이다. ... 현존은 근본적인 측면에서 보면 계속해서 신체를 의식하는 것이다. 한편 스스로를 정신적인 존재로서 의식하는 것은 지속과 연결된다. 즉 나는 스스로를 시간적으로 지속하는 것으로서 지각한다. (136-137)
* 어느 순간에든 나는 현재 지각하는 존재로서 이미 과거가 된 순간과 연결되며 앞으로 다가올 순간을 예상한다. 내가 나를 과거의 순간에 비추어 보고 행동하는 존재로서 미래에 투사할 때 자의식이 만들어진다. 즉 자의식이란 이와 같은 시간적인 관계성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