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나의 영혼이여, 네가 만약 하느님의 복을 물려받고자 하는 소망을 느낀다면 네 육신인 고향 땅을 떠나고, 네 감각인 친척의 무리를 떠나고, 네 언어인 아비의 집을 떠날 뿐만 아니라, 너 자신으로부터 도망하여 너 자신을 벗어나야 한다. 영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퀴벨레 여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사람처럼, 영감을 받은 예언자처럼, 신명나고 열광에 넘쳐야 한다. 왜냐하면 정신은 거룩하고 영적인 기운에 휩싸여 더이상 자기 속에 머물지 아니하고, 깊숙히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는 하늘로 향한 갈망으로 온통 열광하여 진실로 존재하시는 '한 분'의 이끌림을 받으면서, 발 앞의 장애물을 모두 제거하여 밟기 편한 길을 만들어주는 안내자 진리와 더불어 위로 나아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혼이야말로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되는 것이다. (필론, <하느님의 상속자> 69 이하)
☞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안온함과 편리함과 든든함과 안정감을 주었던 곳이었다. 감각으로부터 벗어나라고 한다. 생존과 관련된 것이며, 기쁨과 즐거움과 관련된 것이며, 살아있음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라고 한다. 언어에 붙잡히지 말고 벗어나라고 한다. 말은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며, 자기와 상대방을 사로잡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생각과 개념과 기억과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 발견한 가장 뛰어난 언어로부터 벗어나라고 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라고 한다. 자기처럼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기가 있어 세상이 있고, 온갖 사물이 있고, 너가 있다. 자기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죽는다는 말과 같은데, 어찌 자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그분의 상속자가 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누가 하느님을 찾으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