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믿는 바는 입으로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추구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우리가 설파하는 세계관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우리가 어떤 일에 힘을 쏟는지에서 드러난다. "내게 당신이 뭘 하는지 보여주시오. 그러면 내가 당신이 무엇을 믿는지를 보여주겠소"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안에서 동경의 불꽃이 식어 차갑게 되면, 과거에 믿음이었던 것은 종교적 교리라는 차가운 재로 남게 될 것이다. 때로 하느님은 우리가 질문하는 자로 남게 하려고 우리에게서 모습을 감추신다. 묻은 자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인간이게 한다.... 나의 삶은 거룩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영성이 곧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인 양 여겨진다. 하지만 반대다. 가치 있는 삶을 살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울림>, 27-30)
☞ "그대가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고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곧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9) 입으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믿고 손발로 행동하는 것이 온전한 믿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내적인 분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일치시키기 위한 여정이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의 삶을 순례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순례자는 무엇인가 보았기 때문에 길을 떠난 사람이고, 길에서 무엇인가 보고 들었고 깨달았기 때문에 다시 길을 떠나는 사람입니다. 찾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 찾는 것이 보이지 않아도 앞을 향해 가는 사람. 이 여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갈망입니다. 갈망이라는 단어는 조금 강렬한 느낌이 들고, 개인적으로는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지만 너무 감상적이라 하여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다 그치다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장마라고 합니다. 덥지는 않지만 습기가 많아, 지내기 힘듭니다. 우산을 쓰고 길에 나섭니다. 골짜기로 안개가 몰려옵니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제법 큽니다. 비내리는 날에는 어둠이 빨리 옵니다. 깔판을 깔고 길 한가운데 앉습니다. 무엇에 붙잡혀 있는지 생각합니다. 어떤 일에 매달려 있는지 둘러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지 살핍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그 어떤 사람에게도 그 어떤 일에도 붙잡혀 있지 않고, 아무 두려움 없이 자유로이 떠날 수 있는 사람. 구원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진솔하게 살피는 것, 비관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비관적인 태도로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삶을 너무 무겁게 보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살고 있는 시간과 머물고 있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 줍니다.
'기도.영성 > 똘레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두려움 (0) 2022.09.21 천재 (0) 2022.09.19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음 (0) 2022.02.22 늙어감-자기소외 (0) 2022.02.18 나이듦(늙어감)에 대해 (0)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