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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마라말 씀/생명의 말씀 2022. 4. 2. 23:17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 보았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 있는데 불이 났습니다. 도망가야죠. 도망갈 때 어떤 물건 한 가지만 갖고 갈 시간을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어떤 것을 갖고 가겠습니까?”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있을 수 있는 일지만,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죠. 그래서 조금 비현실적으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입니다. 심심풀이로 해 본다는 거죠. 다른 이유에서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좀 더 깊은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에게 감추어져 있는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다시 질문해 봅니다. “집에 불이 났는데, 어떤 것을 갖고 도망가시겠습니까?”
이와 비슷하지만,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질문을 해 볼까요? 몇십 년 만에 아주 멋진 그렇지만 외딴 섬으로 가서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휴가가 주어졌습니다. 물론 의식주는 다 제공됩니다. 자기 손으로 가져갈 수 있는 물건 한 가지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가져가겠습니까?
제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고백록』을 갖고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다른 때는 답이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만큼 『고백록』을 좋아한다는 말이겠죠. 이 『고백록』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늦게야 님을 사랑했습니다. 이토록 오랜 이토록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나이다. 님께서는 제 안에 계시었건만, 저는 밖에서 님을 찾아 님께서 만드신 그 아름다운 피조물 속으로 제 몸을 던져넣었사오니, 님은 저와 함께 계시었건만 저는 님과 함께 아니었나이다.”(고백록, 10권 27장 38절) 『고백록』에 멋진 구절들이 많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고백록』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아오스딩 성인이 하느님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에 대해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로 바로 넘어갈까 합니다. 성인은 우선 먼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계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백록의 후반부에서 이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성인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서 하느님을 뵐 수 있고 찾을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알 수 있다는 것을 훨씬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님께서 제 안에 계시었건만 저는 밖에서 님을 찾았나이다; 님은 저와 함께 계시었건만 저는 님과 아니었나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하시고, 성인께서는 ‘우리의 기억을 통해서 가능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성인이 말씀하신 ‘기억’은 지금 현대인들이 말하는 ‘기억’과 조금 다릅니다. 성인이 말하는 기억은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작용과 관련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오감을 통해서 일어나는 내적 활동, 우리 두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신 작용,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리상태, 우리 영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비로운 일들 모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오스딩 성인을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기억’을 중심으로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하는 그것이 현대과학에서 밝혀낸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철학자들은 아오스딩 성인을 실존철학의 원조라고 말할 정도로 철학 분야에서도 그분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신학 분야에 대해서는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성인은 ‘기억’을 시간과 관련시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은 없고 오직 현재만 있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주시이며,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대로 된다. 다시 말해, 기억과 주시와 기대가 현재에 있는 나에게 들어와 있다는 것입니다. 계속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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