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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분을 안다말 씀/생명의 말씀 2022. 3. 31. 22:12
“나는 그분을 안다.” (요한 7,29)
예수님께서는 자신에 대해 말씀하실 때 항상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 안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아버지 집에 머물러야 함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나는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요한 6,38); “아버지께서 생명의 근원이신 것처럼 아들도 생명의 근원이 되게 하셨다.”; “내가 바로 그 생명의 빵이다.”(요한 6,35).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나는 그분을 안다.”(요한 7,29)라는 말씀을 또 들었습니다. 여기서 ‘안다’라는 말은 상대방에 관한 외적인 것과 지적인 것과 인간적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것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온 존재로서 알고 있으며, 상대방과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바로 너 이고, 너가 바로 나인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가 이런 관계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한갓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하느님에 대해 감히 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을 인간의 상태로 끌어내리는 불경한 말이었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말씀들 때문에 예수님은 당연히 죽음의 길을 가야만 했습니다.(요한 5,18) 그리고 유대인들은 이런 예수님을 죽이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나는 그분을 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거침이 없고 당당하게. 확고부동하고 전혀 흔들림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찾고 알고 그분과 하나 되는 것이 죽음보다 더 우선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 지독한 말이고, 외면하고 싶은 말이며, 가슴과 등골이 서늘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결기에 찬 말입니다. 베드로의 "나는 그 사람을 모르오"(마태 26,72)라는 말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말입니다.
교회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을 합니다만, 저는 교회를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향해 서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선두에 서 계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삶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자신의 온 삶을 하느님을 찾는데 봉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 중에 으뜸 가는 분들이 성인성녀들이십니다.
이 많고 많은 성인들 중에 한 분이신 아오스딩 성인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주님, 당신을 부름이 먼저인지 당신을 찬미함이 먼저인지, 또 당신을 아는 일이 먼저인지 당신을 부르는 일이 먼저인지 제가 알고 깨닫게 해 주십시오. 당신을 모르면서 당신을 누가 부르겠습니까?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부르겠습니까?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믿겠습니까? 그러니까 찾다 보면 그분을 찾아내고 찾아내면서 그분을 찬미할 것입니다. 주님, 당신을 향하여 저희를 만들어 놓으셨으므로 당신 안에 쉬기까지 제 영혼에 안식이 없나이다. 주님, 제 믿음이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고백록』, 1권 1장 1절)
주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분을 찾고, 일상의 모든 것 안에서 주님의 손길을 느끼고,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주님을 보고, 매일 져야 하는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을 더 깊게 알아가게 되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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